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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치이카와가 뭔지 전혀 몰랐습니다. 원작 만화 <먼작귀>도, 그 세계관도 아무것도 모른 채 SNS에서 "아이들 애니가 아니다"라는 후기 하나만 보고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마음을 안고 극장 문을 나왔는데, 이 묘한 감정을 정리하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먼작귀 원작을 몰라도 충분히 무섭다 — 인어 섬의 실체
일반적으로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이라 하면 밝고 안전한 내용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고 나니 전혀 달랐습니다.
영화는 치이카와와 친구들이 "보수 100배, 섬라멘 사실상 무료"라는 전단지에 이끌려 어느 섬에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겉으로는 한껏 들뜬 여행 분위기인데, 그 섬에는 세이렌(Siren)이 인간을 잡아가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세이렌이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을 홀려 파멸시키는 존재를 말합니다. 영화 속 세이렌도 노래로 식물을 조종해 섬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세이렌이 왜 갑자기 적대적으로 변했냐는 겁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소름 끼쳤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배를 타고 오는 길에 치이카와에게 탄산을 건네준 커플이 있었습니다. 평범하고 착해 보이는 커플이었는데, 이들이 섬에서 낚시를 하다가 인어 무리와 충돌해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커플 중 한 명이 크게 다쳤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영생(永生), 즉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전설을 떠올립니다. 영생이란 불노불사(不老不死)의 개념으로, 인류가 오래전부터 꿈꾸어온 욕망입니다. 이들은 그것을 인어 고기를 먹으면 실현할 수 있다는 기록을 어느 책에서 읽었고, 결국 인어 한 명을 살해해 요리를 만들어 먹였습니다.
그 결과 두 잎(머리에 잎이 두 개 달린 캐릭터)은 살아났습니다. 그러나 곧 끔찍한 현실을 마주합니다. 엉덩이에 배터리가 생겼고, 그 배터리가 남아있는 한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죽지 못한다는 것이 왜 공포인지, 저는 그 장면에서 처음으로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모두가 자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때 혼자만 영원히 남는 존재가 된다는 것,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끝없이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잔혹한 설정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 세이렌이 마을을 습격한 진짜 이유: 가족 같았던 인어를 잃은 복수심
- 커플이 저지른 행위: 지적 생명체(인어)를 영생을 위해 살해
- 영생의 대가: 배터리가 닳지 않는 한 죽지 못하고 영원히 존재
- 치이카와만 알게 된 진실: 사건의 원인을 알지만 끝내 말하지 못함
- 쿠키 영상 암시: 새 보금자리를 찾은 커플을 세이렌이 뒤쫓는 장면으로 마무리
치이카와는 이 모든 진실을 혼자서 안고 있었습니다. 축제가 열리고, 기념품을 나눠주고, 배가 출발할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 침묵이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장면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알면서도 말 못 하는 것, 그 불편한 진실을 혼자서 삼키는 것이 우리가 살면서 가끔 겪는 일과 겹쳐 보였습니다.
쿠키 영상에서는 커플이 외딴섬에 새 보금자리를 꾸리고 좋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나 세이렌이 그들을 찾아가는 것으로 끝납니다. 원작 만화에서 세이렌은 인어를 먹은 존재를 잡아 바다 깊은 곳에 가두어 둔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죽지 못하는 몸으로 숨도 못 쉬는 바닷속에 영원히 갇힌다는 결말, 이것이 직접 묘사되지 않았음에도 전체관람가 영화에서 이보다 더한 공포물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잔혹동화가 어른에게 더 무서운 이유 — 먹이사슬과 자연 윤리
일반적으로 잔혹동화라 하면 그림 형제의 원전 동화처럼 폭력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것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달랐습니다. 잔혹한 내용이 전혀 직접 묘사되지 않는데도 보고 나서 더 무겁게 남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방식의 공포가 훨씬 오래 머릿속에 남는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원작 만화 <먼작귀>의 세계관은 독특한 생태계(生態系)를 배경으로 합니다. 생태계란 특정 환경 안에서 생물들이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로 연결된 체계를 말합니다. 이 세계에서는 지성을 가진 존재들이 공존하면서도 누군가는 누군가의 먹이가 되는 먹이사슬이 그대로 작동합니다. 귀여운 치이카와 캐릭터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사실 이런 냉혹한 생태계 위에 서 있다는 것, 그게 그림체와의 괴리감 때문에 더 기괴하게 다가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제가 계속 떠올린 건 자연 윤리(Natural Ethics)의 문제였습니다. 자연 윤리란 자연의 질서 안에서 생명이 갖는 도덕적 가치와 권리를 다루는 개념입니다. 커플이 인어를 죽인 것은 사고로 인한 절박한 선택이었지만, 소통이 가능한 지적 존재를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해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정당성은 없습니다. 저는 이 설정이 인간이 다른 생명체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은유로 읽혔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면서도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부분들 말입니다.
어른들이 이 영화를 더 무서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세이렌이 무섭고 소동이 벌어지는 장면에서 긴장하겠지만, 어른들은 커플이 저지른 행위의 의미와 그 결말을 순식간에 유추해냅니다. 아이들용 만화라는 포장지 때문에 오히려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더 충격적으로 증폭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출처: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영화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줍니다.
한 가지 더, 이 작품에서 커플이 영생에 대한 정보를 '어느 책'에서 얻었다는 설정도 의미심장합니다. 그 책의 저자 역시 같은 방식으로 영생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영생을 욕망한 누군가가 남긴 기록이 다음 누군가의 죄를 이어가는 구조, 이것이 단순한 공포를 넘어서 세대를 이어지는 욕망의 연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모든 생명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질서인데, 그 질서를 거스르려는 시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출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기준 개봉 직후 입소문 관람 수치가 빠르게 올랐던 것도, 이런 구조적 충격이 관객들 사이에 퍼진 덕분이라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극장판 치이카와 어린아이랑 같이 봐도 되나요?
A. 등급은 전체관람가이지만, 제가 직접 보고 나서는 어린 아이와 함께 보기엔 선뜻 권하기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무서운 장면이 직접 나오진 않지만 이야기의 구조 자체가 상당히 어둡고, 내용을 이해하는 어른들에게 더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어린 자녀와 함께 본다면 영화가 끝난 후 충분히 대화를 나눠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Q. 먼작귀 원작 만화를 모르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나요?
A. 저 역시 원작을 전혀 모른 채 봤는데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원작 없이 극장판을 보면 캐릭터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는 독립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처음 보는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무 정보 없이 보는 것이 더 충격적인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Q. 쿠키 영상이 있나요? 꼭 끝까지 봐야 하나요?
A. 네, 쿠키 영상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쿠키 영상이 영화의 진짜 결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합니다. 커플의 이후 운명을 암시하는 장면이 담겨 있으며, 본편에서 미처 해소되지 않았던 복수극의 실마리가 이 장면에서 드러납니다. 반드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시길 권합니다.
Q.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가 맞을까요?
A. 직접적인 공포 연출은 없습니다. 피가 나오거나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면 같은 건 전혀 없고,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일관합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의 공포는 장면이 아니라 이야기 구조에서 옵니다. 분위기 공포나 서사적 불쾌감에 민감한 분이라면 다소 불편하게 느끼실 수 있지만, 자극적인 호러 연출을 원하신다면 오히려 기대와 다를 수 있습니다.
결론
극장판 치이카와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머릿속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귀여운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연출 뒤에, 인간의 욕망이 자연의 질서를 거스를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냉정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잔혹동화라는 수식어가 이토록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작품도 드물다 싶었습니다.
원작 만화를 모르더라도, 일본 애니메이션에 큰 거부감이 없다면 한 번쯤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아무 정보 없이 보셨을 때 그 충격이 배가 됩니다. 쿠키 영상까지 포함해서 99분, 꽤 밀도 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