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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엔 무더위쉼터가 잘 운영되고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담당 업무를 맡고 민원을 받아보니, 현실은 꽤 달랐습니다. 저소득·고령층 10명 중 6명이 무더위쉼터를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작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인지율, 생각보다 훨씬 낮다
연세대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지역별 취약계층 분포 등을 고려한 쉼터 지정·운영 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무더위쉼터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0.9%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59.1%는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출처: 국민일보). 여기서 '무더위쉼터'란 폭염 취약계층, 즉 저소득층·고령층·장애인 등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경로당, 복지관, 주민센터 등 공공시설을 지정해 운영하는 피서 인프라를 말합니다.
이용하지 않은 이유 중 가장 많은 답이 '쉼터를 잘 몰라서'(33.0%)였습니다. 그 다음이 '이용할 필요가 없어서'(29.0%)였는데, 솔직히 이 두 번째 응답이 조금 마음에 걸렸습니다. '필요 없다'는 답 뒤에는 "몰라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저도 공무원이 아닌 친구에게 무더위쉼터를 설명해준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그 존재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쉼터 수는 지난해 7만1570곳에서 올해 9만3000여 곳으로 대폭 확대됐습니다. 숫자만 보면 공급은 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수요자인 취약계층이 모른다면, 그 9만 곳은 사실상 절반도 제 역할을 못 하는 셈입니다. 인지율, 즉 대상 주민이 해당 시설의 존재를 알고 있는 비율이 공급 확대보다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용률이 낮은 진짜 이유
제가 경로당 운영 업무를 담당할 때 잊지 못할 민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 어르신의 보호자가 항의 전화를 해왔는데, 내용은 이랬습니다. 더운 날 부모님이 경로당 무더위쉼터에 쉬러 갔다가 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쫓겨다시피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황당한 건 경로당 회원 가입을 그 자리에서 강제로 요구받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분 부모님은 결국 더운 날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그 전화를 받으며 자녀 입장에서 충분히 화가 날 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례는 단순한 민원 하나가 아니라, 이용률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경로당은 지역 거주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주민 시설이지만, 실제 운영 현장에서는 텃세나 회원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알고도 못 가는 상황이 생기는 것입니다.
조사에서도 '주변 시선이 불편해서'(10.3%), '공간 이용이 불편해서'(9.5%) 같은 심리적·환경적 장벽이 이용 기피 이유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수치들은 단순히 홍보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접근성(accessibility), 즉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사회적 접근이 얼마나 열려 있는지가 이용률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입니다. 쉽게 말해, 문이 열려 있어도 들어서기 불편하면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몰라서 못 간다: 인지 부족 (33.0%)
- 알아도 안 간다: 주변 시선·공간 불편 (10.3%, 9.5%)
- 건강 문제로 못 간다: 외출 자체가 어렵다 (6.5%)
- 물리적으로 못 간다: 가까이에 없다 (6.1%)
운영개선, 시간 늘리는 게 답이 아니다
쉼터 이용 조건을 묻는 설문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운영시간을 야간·주말까지 확대할 경우'라는 항목은 46.6%였지만, '한 건물 안에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경우'(64.1%)와 '앉아서 쉴 곳이 충분히 마련된 경우'(61.2%)가 훨씬 높았습니다. 운영 시간을 단순히 늘리는 것보다, 생활권 안에서 다양한 활동과 연계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출처: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
이 지점에서 저는 한 가지 문제를 더 짚고 싶습니다. 공공기관이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우, 에너지 절약 정책에 따라 실내 냉방 온도를 26도 이하로 내리지 못하는 제약이 있습니다. 냉방 설정 온도(cooling set point)란 냉방 시스템이 유지해야 할 목표 실내 온도를 말하는데, 현행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 지침에서는 이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더위를 피해 들어간 공공건물이 바깥만큼은 아니어도 썩 시원하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공무원이 아닌 친구와 동네를 걷다가 무더위쉼터 표지를 발견했을 때, 그 친구가 한 말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어차피 26도로 맞춰놓잖아. 그게 시원해? 차라리 근처 은행에 앉아있는 게 낫겠다." 순간 반박할 말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목적에 맞게 시원한 환경을 갖추지 못한다면, 무더위쉼터라는 명칭 자체가 무색해집니다. 연구진이 제안한 대로 복지·돌봄·교육 프로그램과 쉼터를 결합하는 복합화(convergence) 전략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복합화란 단일 기능만 제공하던 시설에 여러 서비스를 묶어 이용 유인을 높이는 운영 방식을 의미합니다.
맞춤형 홍보가 필요한 이유
이용 경험자 82.9%가 주 1회 이상, 42.2%는 매일 쉼터를 찾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한 번 가본 사람은 계속 간다는 뜻입니다. 도보로 5분 이내 거리에 쉼터가 있다는 응답이 37.6%로 가장 많았고, 이동 수단도 83.8%가 걸어서라고 답했습니다. 쉼터는 이미 생활권 안에 충분히 배치돼 있습니다. 문제는 처음 한 번을 가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 '첫 방문'을 이끌어내려면 일반적인 현수막 홍보나 관보 게재 방식으로는 부족합니다. 열환경 취약계층(heat-vulnerable population)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이는 고온에 노출됐을 때 건강 피해를 입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 즉 고령자·저소득층·만성질환자 등을 가리키는 공중보건 용어입니다. 이 집단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SNS나 앱 기반 홍보는 오히려 효과가 낮을 수 있습니다.
제가 업무를 하며 느낀 것은, 이런 분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정보 전달 채널은 복지관 방문 상담, 방문 요양 서비스 종사자, 혹은 가족이었습니다. 공공 돌봄서비스(public care service)와 쉼터 안내를 연계하는 것, 즉 복지 서비스 접점에서 직접 안내가 이루어지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공공 돌봄서비스란 국가나 지자체가 돌봄이 필요한 시민에게 제공하는 공식적인 지원 체계를 뜻합니다. 쉼터 정보가 돌봄 종사자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된다면, 인지율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해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쉼터 운영비는 결국 세금으로 충당됩니다. 경로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민이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공공 시설이 특정 회원에게만 실질적으로 개방되는 상황은 재고돼야 합니다. 시설 수를 9만 곳으로 늘린 것만큼, 실질 이용률을 끌어올리는 데도 같은 수준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무더위쉼터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나요?
A. 제도적으로는 저소득층·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주 대상으로 하지만, 지정 시설별로 운영 방식이 다릅니다. 경로당의 경우 회원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어 비회원 어르신이 사실상 이용을 거부당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주민이라면 이용 가능해야 하며, 이용 제한이 있다면 해당 지자체 담당 부서에 문의하면 됩니다.
Q. 무더위쉼터가 가까이 있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A. 행정안전부 또는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무더위쉼터 위치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가장 빠른 방법은 주민센터에 직접 전화해 가까운 쉼터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용자의 83.8%가 걸어서 방문한 만큼, 생활권 안에 이미 쉼터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 공공기관 무더위쉼터가 별로 시원하지 않다는 게 사실인가요?
A. 현행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 지침에 따라 냉방 설정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제약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로당이나 복지관처럼 별도로 지정된 시설보다 체감 냉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쉼터를 선택할 때 어떤 유형의 시설인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무더위쉼터 운영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A. 시설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평일 낮 시간대를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야간·주말 운영을 원하는 수요도 있지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운영시간 확대보다 생활권 내 접근성과 다양한 활동 연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결론
무더위쉼터는 올여름도 9만 곳 이상 운영됩니다. 숫자만 보면 제법 촘촘한 안전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분들의 60%가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는 현실은, 공급과 수요 사이에 아직 큰 간격이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직접 업무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들, 경로당 텃세, 26도 냉방 제한, 홍보 사각지대 같은 문제들은 통계 뒤에 숨어 있는 실질적인 장벽들입니다.
쉼터 수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실제로 문턱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복지 돌봄서비스 접점에서의 안내, 경로당 개방성 확보, 냉방 환경 개선, 그리고 프로그램 복합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주변에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있다면 가까운 무더위쉼터 위치를 먼저 확인해 직접 안내해드리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85655131&code=111311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