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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걸 영화 리뷰 (어정쩡한노선, 루시캐릭터, 액션밸런스)

hatiiiiin 2026. 8. 28. 15:47

목차


    히어로 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 아쉬운데, 뭐가 아쉬운 건지 정확히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은 적 있습니까? 슈퍼걸을 보고 나서 저는 딱 그 상태였습니다. 밀리 올콕의 캐스팅은 신선했고 포스터는 정말 예뻤는데, 극장을 나오는 발걸음이 영 가볍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하나씩 뜯어봤습니다.



    어정쩡한 노선 — 히어로물도 성장물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느꼈던 불편함은 장르적 정체성(genre identity)의 혼란이었습니다. 여기서 장르적 정체성이란, 관객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기대하는 감정의 방향성을 말합니다. 히어로물이라면 통쾌한 액션과 속도감, 성장물이라면 내면의 균열과 감정적 울림이 그것이죠.

    슈퍼걸은 두 방향을 동시에 잡으려다가 어느 쪽도 제대로 잡지 못했습니다. 슈퍼걸이 지구에서 술을 마시며 방탕하게 지내는 설정은 분명 내면의 상처를 암시합니다. 크립톤 행성과의 단절, 슈퍼맨과의 관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이 요소들이 회상 신으로 간간이 등장하긴 합니다. 그런데 그게 끝입니다. 왜 저 지경이 됐는지, 무엇이 저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이 없어요.

    제가 직접 극장에서 보면서 느낀 건, 슈퍼걸이 방황하는 장면에서 감정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밀리 올콕이 연기를 못 하는 게 아닙니다. 배우가 채워야 할 서사적 공백 자체가 너무 컸습니다.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이 《아이, 토냐》에서 보여준 것처럼 인물의 내면을 비틀어가며 파고드는 방식을 이번엔 확실하게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슈퍼맨은 계속 언급되는데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 구조도 "더 깊게 파고들 것 같은" 기대감을 부풀렸다가 흐지부지 꺼뜨립니다.

    화끈한 팝콘 블록버스터로 노선을 확실히 잡았다면, 혹은 정체성 혼란을 가진 히어로의 트라우마 극복기로 밀고 나갔다면 — 어느 쪽이었든 지금보다는 훨씬 선명한 영화가 됐을 겁니다.

    요약: 슈퍼걸은 액션 블록버스터와 내면 성장물 사이에서 노선을 정하지 못해, 둘 다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루시 캐릭터 — 짐덩이인가, 성장의 촉매인가

    로드 무비(road movie) 장르에서 두 인물의 관계가 작동하려면, 두 사람이 함께 있어야만 생기는 화학반응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로드 무비란 두 인물이 여정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해가는 서사 구조를 의미합니다. 《델마와 루이스》든 《그린 북》이든, 관객이 "저 둘이 같이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감정을 느껴야 장르가 성립합니다.

    이브 리들리가 연기한 루시는 이론상 슈퍼걸의 거울입니다. 가족을 잃은 분노, 복수심, 상처. 슈퍼걸이 내면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더 원초적인 형태로 드러내는 인물이죠. 제가 보기에 감독이 의도한 바는 분명했습니다. 두 상처받은 존재가 서로를 통해 치유되는 이야기. 그런데 실제로 스크린에서 그게 작동합니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 제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안 됩니다.

    문제는 루시의 전투력이 없다는 점에서 시작됩니다. 복수를 외치는 캐릭터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슈퍼걸 입장에서 루시는 보호해야 할 짐이 됩니다. 그리고 관객 입장에서는 이 캐릭터가 왜 계속 따라다니는지를 납득시켜줄 만한 교감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두 인물이 서로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여는 순간, 그 결정적인 에피소드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후반부에 루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순간에도 "굳이 왜?"라는 생각이 먼저 납니다.

    듀오 서사가 성립하려면 아래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제 경험상 느껴집니다.

    • 두 인물이 공통으로 공유하는 감정적 접점이 명확하게 묘사될 것
    •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장면이 적어도 두세 번은 있을 것
    • 관객이 "저 둘이 같이 있어야 한다"고 납득할 수 있는 개연성 있는 계기가 있을 것

    슈퍼걸과 루시의 서사는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합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후반부 루시의 행동에 담겨 있는데, 그 행동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앞의 과정이 제대로 쌓여야 합니다. 그 쌓임이 부족했습니다.

    요약: 루시는 서사적으로 중요한 캐릭터지만, 두 인물 사이의 교감을 만들어줄 결정적 에피소드가 없어 관계의 설득력이 무너집니다.

     

    액션 밸런스 — 크립토닌 히어로의 오래된 숙제

    크립토닌(Kryptonian) 계열 히어로를 다루는 영화에는 항상 같은 숙제가 따라붙습니다. 여기서 크립토닌이란 슈퍼맨, 슈퍼걸처럼 크립톤 행성 출신의 존재를 뜻하며, 지구의 노란 태양 빛 아래에서 비행, 초강력 신체 능력, 열시선 등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합니다. 문제는 이 파워 레벨이 너무 높아서, 제대로 된 위협을 만들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겁니다(출처: DC Comics 공식 캐릭터 소개).

    슈퍼걸은 이 문제를 태양광 설정으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노란 태양 아래에선 강해지고, 초록 태양이나 빛이 없는 환경에선 능력이 제한된다는 설정입니다. 이 파워 밸런싱(power balancing) — 강력한 캐릭터의 능력에 제약을 걸어 서사적 긴장감을 만드는 기법 — 은 개념 자체가 나쁘지 않습니다. 올해 개봉한 《슈퍼맨》이 이 부분을 비교적 잘 처리했다는 평을 받은 것처럼, 설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적용 방식의 문제입니다.

    제가 실제로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지점이 이겁니다. 우주 여행 중에는 노란 태양을 볼 수 없으니, 영화의 초중반부 전투 대부분이 밸런스 패치된 상태, 즉 "싸움 잘하는 일반인" 수준의 액션으로만 전개됩니다. 크립토가 마비 총을 맞는 장면부터 긴장감은 있습니다만, 우리가 기대하는 "슈퍼걸다운" 액션은 거의 후반부 한 시퀀스에 몰려 있습니다. 그 슬로우 모션을 활용한 마지막 액션 시퀀스는 솔직히 꽤 신선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면이 거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리고 빌런 크램의 문제가 여기서 겹칩니다. 마티아스 쇼에나에츠가 연기했지만, 캐릭터 자체에 위협감이 없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노란 태양이 뜰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는 장면은 내러티브 논리(narrative logic) — 이야기 안에서 인물이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인과 관계 — 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실수입니다. 슈퍼걸이 다시 깨어날 것을 본인도 알고 있는 빌런이 그냥 기다리고 있는 건, 아무리 봐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슈퍼걸 비평 종합).

    요약: 크립토닌 특유의 파워 밸런싱 문제를 태양광 설정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전반부 액션이 실종되고 빌런의 논리적 허점까지 드러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슈퍼걸 영화에 쿠키 영상이 있나요?

    A. 없습니다. 본편이 끝나면 바로 크레딧으로 넘어가니 끝까지 기다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DC 유니버스 확장을 암시하는 미드·포스트 크레딧 장면은 이번 작품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Q. 밀리 올콕이 슈퍼걸로 잘 어울리나요?

    A. 배우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서 보여준 것과는 전혀 다른, 통통 튀고 발랄한 면모를 잘 살렸습니다. 다만 서사적 공백이 커서 배우의 역량이 온전히 발휘되기 어려운 구조였던 점이 아쉽습니다. 밀리 올콕의 문제가 아니라 각본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Q. 슈퍼맨이 이 영화에 등장하나요?

    A. 직접적인 등장은 없습니다. 슈퍼맨은 대사와 맥락 속에서 계속 언급되지만 실제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 구조가 오히려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부풀리다가 흐지부지 끝나는 인상을 줍니다.

     

    Q. 아이들이랑 같이 봐도 될까요?

    A.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잔인한 장면보다는 전투와 갈등 중심으로 전개되므로 12세 이상이라면 무리 없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러닝타임은 108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라 부담은 적습니다.

     

    결론

    슈퍼걸은 캐릭터의 매력과 신선한 캐스팅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르적 선택의 애매함이 영화 전체를 붙들어 놓습니다. 히어로 액션에 기대를 걸고 들어가도, 감정적 드라마를 기대하고 들어가도 — 어느 쪽이든 만족도는 절반쯤에서 멈춥니다. 밀리 올콕은 분명히 매력 있는 슈퍼걸이었고, 포스터 디자인은 정말 예뻤습니다. 그리고 DC가 최근 보여주는 방향성은 제가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슈퍼맨이 나왔고 슈퍼걸이 나왔으니, 다음 스텝이 어떤 모습일지는 지켜볼 생각입니다. 이 영화가 아쉬웠던 만큼, 다음 작품에서 이 두 캐릭터가 함께 스크린에 섰을 때 그 아쉬움이 해소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