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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영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그냥 '암살자들'로 읽었습니다. 괄호가 있다는 걸 예고편을 두 번 보고 나서야 알아챘어요. '암살자(들)'라고 괄호 안에 '들'을 따로 넣은 제목, 거기에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실제로 벌어진 영부인 저격 사건이 모티브라는 것까지 알고 나니 단순한 범죄 미스터리 영화가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2026년 9월 23일 개봉 예정인 허진호 감독의 신작, 찾을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파고들어 봤습니다.
1974년 실화,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영화의 출발점은 실제 사건입니다.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제29주년 광복절 기념식이 열리던 중, 재일교포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습니다. 대통령은 다치지 않았지만 육영수 여사가 머리에 총상을 입었고, 그날 끝내 숨졌습니다. 문세광은 현장에서 즉시 체포됐고, 수사본부는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흥미롭게 본 부분은 탄환 기록입니다.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 남아 있는 당시 수사본부 공식 발표를 보면, 문세광이 사용한 총은 5연발 스미스 앤 웨슨 권총이었습니다. 발사된 탄환은 5발 중 4발, 나머지 1발은 총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어요. 그런데 영화가 내세우는 핵심 미스터리는 '6발의 총성, 4개의 탄환, 사라진 두 발'입니다.
이 수치가 수사본부 공식 발표와 다르다는 점을 처음 알았을 때 저도 잠깐 혼란스러웠습니다. 다만 이것이 영화의 허점이 아니라는 걸 자료를 더 들여다보고 나서 이해했는데요. 당시 현장에는 문세광의 총격 외에도 경호원의 대응 사격이 있었고, 이후 공개된 자료와 과거 언론 보도에서도 현장에서 발사된 전체 총탄 수와 일부 탄환의 행방을 둘러싼 의문이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영화의 '사라진 두 발'은 당시 수사 기록에 그대로 명시된 사실이 아니라, 실제 사건에 남아 있던 탄도학적 의문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설정으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여기서 탄도학이란 발사된 탄환의 궤적과 충격, 관통 여부 등을 분석하는 과학 수사 분야로, 총격 사건의 진상 규명에서 핵심 근거가 되는 학문입니다.
허진호 감독은 여러 가설 중 하나를 진실로 단정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실제 사건에서 출발하되, 세 인물의 추적 과정에는 영화적 각색이 더해졌다는 것이죠. 이 지점이 오히려 영화를 단순한 역사 재현물이 아닌 범죄 미스터리 장르로 만드는 근거가 됩니다.
- 실제 사건: 1974년 8월 15일 문세광의 박정희 대통령 저격 시도, 육영수 여사 사망
- 공식 발표: 5연발 권총, 4발 발사, 단독 범행으로 결론
- 영화의 미스터리: '6발의 총성, 사라진 두 발'이라는 탄도학적 의문을 재구성
- 허진호 감독 입장: 특정 가설을 단정하지 않고, 관객이 판단하도록 구성
출연진 구성, 계산된 캐스팅의 흔적
주연 세 명의 배치가 꽤 영리하다고 느꼈습니다. 유해진이 맡은 철구는 광복절 기념식 현장 경호를 담당했던 형사입니다. 수사기관 내부에서 공식 발표와 자신이 목격한 현장 사이의 괴리를 발견하고 혼자 조사를 시작하는 인물이죠. 박해일이 연기하는 재환은 동성일보 사회부 부장으로, 1970년대 언론 통제라는 구조적 압력 속에서도 발표된 내용을 다시 확인하려는 베테랑 기자입니다. 여기서 언론 통제란 국가 권력이 보도 내용에 직접 개입하거나 검열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1970년대 한국에서는 이것이 제도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민호가 연기하는 영일은 총격 현장을 직접 목격한 동성일보 신입 기자입니다. 원래 비중이 지금보다 작은 인물이었는데, 이민호가 작품에 관심을 보이면서 역할이 확대됐다고 합니다. 제가 예고편을 보면서 세 인물이 각각 기관 내부, 언론, 현장 목격이라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사건을 바라본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단순히 세 명이 함께 수사하는 구도가 아니라, 같은 사건을 보는 시선의 각도가 다르다는 점이 이 영화의 서사 설계에서 중요한 지점일 것입니다.
박정민이 맡은 문태광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실제 사건의 문세광을 연상시키지만 이름부터 다르게 설정했고, 등장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허진호 감독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역을 구상하면서 가장 먼저 박정민을 떠올렸다는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별출연 배우 구성도 제 눈을 끌었습니다. 배성우, 엄지원, 박지환, 김대명, 심은경, 오정세, 정우성 등 익숙한 얼굴들이 크고 작은 역할로 참여했습니다. 반면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역에는 의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기용했는데, 허진호 감독은 유명 배우가 두 실존 인물을 연기하면 인물보다 배우가 먼저 보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이 결정 자체가 이미 감독의 연출 철학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시사회를 먼저 본 기자들 사이에서는 특별출연이 지나치게 많아 집중을 흐린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하니, 이 부분은 관객에 따라 반응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대사 유니버스, 연결된 듯 연결되지 않은 세 작품
암살자들을 찾아보다 보면 반드시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이 함께 언급됩니다. 처음에 저도 이 세 작품이 마블 유니버스처럼 스토리가 이어지는 시리즈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확하게는 다릅니다. 세 작품은 스토리나 등장인물을 공유하는 공식 시리즈가 아닙니다. 다만 하이브미디어코프라는 동일한 제작사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차례로 영화화했다는 공통점으로 묶이는 것입니다.
시간 순서로 보면 구조가 보입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영부인 저격 사건,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피살 사건, 서울의 봄은 그해 12월 12일 군사반란을 다룹니다. 1974년부터 1979년까지 한국 현대정치사의 핵심 사건들을 연대기적으로 영화화한 셈인데, 이것이 관련 보도에서 '현대사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여기서 현대사 유니버스란 공식 크로스오버가 아닌, 같은 제작사가 동일한 시대를 각각의 독립된 작품으로 다루는 기획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제가 이 기획 방식에서 흥미롭다고 생각한 건 촬영 방법입니다. 제작진은 원래 주요 실내 공간을 세트로 만들 계획이었는데, 방향을 바꿔 전국에서 1960~70년대에 실제로 지어진 건물을 찾아 로케이션 촬영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오래된 벽, 복도, 계단을 그대로 활용해 1974년의 공간감을 재현하려 한 것이죠. 로케이션 촬영이란 스튜디오가 아닌 실제 장소에서 진행하는 촬영 방식으로, 공간의 질감과 시대적 사실감을 살리는 데 유리합니다. 예고편에서도 신문사 사무실, 골목, 차량, 의상 등 당시 분위기가 꽤 촘촘하게 재현된 것이 보였고, 이 선택이 영화의 분위기 완성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봅니다.
시사회 반응을 보면 씨네플레이 기자 세 명의 평점이 별 4개, 4개, 3.5개였습니다(출처: 씨네플레이). 역사적 미스터리와 장르적 재미를 함께 살린 점, 1970년대 국가 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풀어낸 방식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습니다. 초반과 중반은 탄환 미스터리 추적극의 성격이 강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당시 언론과 국가 권력의 문제로 이야기의 범위를 넓힌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니라 사건 뒤에 남은 의문을 추적하는 과정에 무게를 두었다는 평이 많다는 점이 제가 이 영화를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암살자들 실화인가요, 픽션인가요?
A.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이 실제 사건이고, 영화는 그 공식 수사 결과에 남아 있던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형사 철구, 기자 재환·영일의 추적 과정은 영화적 각색이 더해진 픽션입니다. 허진호 감독도 특정 가설을 사실로 단정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Q. 제목 암살자(들)에서 괄호 안 '들'은 무슨 뜻인가요?
A. 아직 공식적으로 명확한 의미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허진호 감독은 영화를 기획할 때부터 약 10년간 이 제목을 가제로 사용했고, 영화를 보고 나면 왜 '들'이 붙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습니다. '또 다른 암살자가 있다'는 뜻인지, 사건에 얽힌 더 넓은 범위의 인물을 가리키는지는 본편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Q. 암살자들은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과 연결되는 시리즈인가요?
A. 스토리나 등장인물을 공유하는 공식 시리즈는 아닙니다. 세 작품 모두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하고 1970년대 한국 현대사의 실제 사건을 각각 독립적으로 다룬다는 공통점만 있습니다. 시간순으로 암살자들(1974년), 남산의 부장들(1979년 10월), 서울의 봄(1979년 12월)으로 이어지지만, 각각 별개의 영화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Q. 영화 속 문태광은 실제 문세광과 같은 인물인가요?
A. 실제 사건의 문세광을 연상시키는 인물이지만, 영화에서는 이름을 문태광으로 다르게 설정했습니다. 박정민이 문태광 역을 맡았으며, 등장 분량이 많지 않아도 영화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라고 허진호 감독은 설명했습니다.
Q. 암살자들 시사회 반응은 어떤가요?
A. 9월 8일 언론시사회 기준으로 씨네플레이 기자 세 명의 평점은 별 4개, 4개, 3.5개였습니다. 역사 미스터리와 장르적 재미를 살린 점, 1970년대 언론 통제와 국가 권력을 다룬 방식에 긍정적 반응이 많았고, 특별출연 배우가 너무 많아 집중을 흐린다는 지적도 일부 있었습니다.
결론
자료를 파고들수록 이 영화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재현한 작품'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범인이 이미 체포된 사건에서 출발해 '발표된 내용이 정말 전부인가'를 추적하는 구조, 그리고 10년을 준비한 감독이 사건을 목격한 초등학생의 기억까지 가져온 영화라는 점에서 단순한 장르물 이상을 기대하게 됩니다.
제가 가장 궁금한 건 역시 괄호 속 '들'의 의미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풀리는 퍼즐이라는 감독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습니다. 2026년 9월 23일 개봉 전에 남산의 부장들이나 서울의 봄을 먼저 보고 1970년대 한국 현대정치사의 흐름을 한 번 짚어두면 이 영화를 보는 맥락이 훨씬 두꺼워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