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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뜨겁습니다. 제작진은 공식 입장을 통해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저는 이 해명만으로는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팩션(faction) 장르의 특성상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릿해질 수밖에 없고, 그 흐릿함이 바로 이번 논쟁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팩션 영화,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영화관 앞에서 포스터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멈춰 선 적이 있습니다. "6발 중 4발, 사라진 2발"이라는 카피가 마치 역사적 확정 사실처럼 눈에 박혔기 때문입니다. 이 순간 저는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꽤 날카로운 의도를 품고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암살자(들)》은 이른바 팩션(faction) 영화입니다. 팩션이란 'fact(사실)'와 'fiction(허구)'을 결합한 장르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실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뼈대로 삼되 그 사이사이를 창작으로 채워 넣는 방식입니다. 영화 측 공식 입장도 이 지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공개된 기록과 자료,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폭넓게 조사하고,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하되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는 것이 핵심 해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팩션 장르 자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에 있습니다. 관객은 스크린 위의 이야기를 볼 때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창작이 시작되는지를 실시간으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도 '이게 실제 수사 기록 기반인가, 아니면 감독의 상상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됐습니다. 그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만드는 것이 팩션의 매력이기도 하고, 동시에 가장 큰 윤리적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확인된 역사적 사실은 명확합니다. 1974년 8월 15일 국립극장에서 재일교포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겨냥해 총격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육영수 여사가 피격 사망했습니다. 문세광은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사용된 권총이 일본 경찰 관서에서 도난당한 총기라는 사실은 한일 양국 공동 수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출처: 연합뉴스). 이 부분까지는 역사 기록이 뒷받침합니다.
- 확인된 사실: 문세광의 총격,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도난 총기 사용
- 미해명 영역: 자금 출처 일부, 조총련·북한의 개입 수위, 한일 자료 간 불일치
- 영화적 가설: '사라진 두 발', 제2 저격수, 권력기관 내부 공모, 조직적 은폐
미해명 부분과 새로운 가설은 다른 문제다
제가 이 논란을 들여다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바로 이겁니다. 사건에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과, 특정 가설이 사실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명제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두 가지를 감각적으로 연결해 버립니다.
실제로 1974년 사건에는 지금도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문세광의 자금 출처 일부, 일본 내 지원 관계, 그리고 북한이나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가 어느 수준에서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 자료 사이에 아직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여기서 조총련이란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조선인들의 조직으로, 북한의 노선을 지지하는 단체를 뜻합니다. 이 미해명 지대는 분명히 실재합니다.
문제는 영화가 이 빈틈에 삽입한 서사의 성격입니다. '사라진 두 발', 제2의 저격 가능성, 한국 권력기관 내부 인물과 연결되는 공범 구도, 사건의 조직적 은폐를 추적하는 세 주인공은 모두 영화가 구성한 극적 서사입니다. 주인공인 형사, 사회부장, 신입기자도 가상 인물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 미국과 일본의 동시대 자료 어디에도 '박정희 또는 한국 권력기관이 육영수 여사 피격을 기획했다'거나 '제2 저격수가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일본 측 자료에는 문세광이 총기를 단독으로 절도하고 범행을 준비한 과정을 독립적으로 확인한 상당히 구체적인 기록이 존재합니다(출처: 일본 경찰청(NPA)). 저는 이 지점이 영화 비평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미해명이 곧 음모의 증거가 되는 논리 구조, 이것이 팩션이 가장 주의해야 할 함정입니다.
이 영화를 단순히 "1974년 사건을 영화로 재현했다"고 소개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1974년 실제 사건 위에, 당시부터 존재하던 미해명 부분과 후대의 의혹을 결합하고, 다시 '제2의 암살자 또는 배후'라는 가설을 삽입한 팩션으로 규정하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족 문제가 논란의 무게를 바꾼다
이 논란을 지켜보면서 저는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와, 실제 유족이 존재하는 사건을 팩션으로 다루는 것을 같은 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두 가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는 이미 사회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1972년 유신헌법으로 독재 체제를 완성했다는 역사적 평가는 분명하지만, 포항제철, 경부고속도로, 의료보험, 중화학공업 육성이 오늘날 한국 제조업과 반도체 산업의 기반이 됐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빛만 있는 위인도, 어둠만 있는 위인도 없다는 것은 역사를 공부할수록 더 절감하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복합적 인물을 단순하게 재단하는 순간 오히려 역사 이해가 얕아집니다.
그런데 "유신체제는 억압적이었다"는 정치적 평가를 영화로 표현하는 것과, 실제로 어머니를 잃은 사건에서 다른 암살자, 정권 내부 공작, 조직적 은폐라는 인과 관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생존 유족이 실재하는 상황에서 '당신 어머니는 이런 방식으로 죽임을 당했을 수 있다'는 서사를 역사적 근거 없이 스크린에 올리는 것, 이 부분에서 창작의 자유와 피해자 감수성이 충돌합니다.
물론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 논란을 부르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이순신을 지금과 같은 '성웅'의 이미지로 만든 것도 박정희 정부의 현충사 성역화, 광화문 동상 건립, 교육·문화 정책을 통해 제도화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역사의 해석과 재현이 늘 정치와 무관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국 현재 과거를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이 중요하고, 그 관점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이라고 보는 근거는 뭔가요?
A. 영화가 제시하는 '사라진 두 발', '제2 저격수', '권력기관 내부 공모' 등의 핵심 가설은 현재 미국·일본의 동시대 공식 자료에서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미해명 부분이 있다는 사실과 새로운 가설이 사실이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데, 영화가 이를 시각적으로 연결한다는 점이 비판의 핵심입니다.
Q. 제작진이 "역사 왜곡 의도 없다"고 했는데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가 뭔가요?
A. 팩션 장르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게 만드는 구조를 가집니다. 창작 의도가 없다는 해명과, 관객이 실제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생존 유족이 있는 사건을 소재로 삼았을 때 이 간극은 더 크게 작용합니다.
Q.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에서 실제로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나요?
A. 있습니다. 문세광의 자금 출처 일부와 조총련의 개입 수위에 대해서는 한일 자료 사이에 차이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경찰청 자료에는 문세광이 총기를 독자적으로 절도하고 범행을 준비했다는 구체적 기록이 존재하며, 이것이 현재까지 가장 신뢰도 높은 증거입니다.
Q.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는 어디까지 허용되나요?
A. 법적 기준과 윤리적 기준은 다릅니다. 창작의 자유는 넓게 보호되지만, 생존 유족이 있는 사건에서 역사적 근거 없이 새로운 인과관계를 사실에 가까운 형식으로 제시하는 것은 사회적 논란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는 법이 아닌 창작자의 윤리적 판단 영역입니다.
결론
저는 이 영화를 비평한다면 제목을 「《암살자(들)》, 역사적 의문과 영화적 의혹 사이」로 잡겠습니다. 핵심 명제는 하나입니다.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과, 새로운 가설이 사실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팩션이라는 장르가 이 두 명제를 감각적으로 연결할수록, 관객은 허구를 사실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제작진의 해명은 창작 의도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르적 특성상 의도와 수용 사이의 간극은 늘 존재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논란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가려면 영화 자체를 보고 스스로 어디가 사실이고 어디가 가설인지 층위를 나눠 생각해 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논란에 휩쓸리기 전에 직접 자료를 찾아보는 것, 그것이 결국 역사를 대하는 가장 성숙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