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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별 기대 없이 들어갔습니다. 제작비 75만 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약 10억 원짜리 영화가 전 세계에서 5억 달러 넘게 벌어들였다는 말이 선뜻 믿기지 않았거든요. 근데 보고 나서 바로 수긍했습니다. 99년생 감독 커리 바커가 만든 공포 영화 <옵세션>, 2025년 9월 2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제작비 대비 600배 흥행, 그 비결이 뭘까요
제가 처음 이 영화의 흥행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저예산 공포 영화가 제작비 대비 600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는 건, 마케팅이 잘 됐거나 아니면 진짜 잘 만든 영화거나 둘 중 하나잖아요. 직접 보고 나니 답이 나왔습니다. 후자였습니다.
감독 커리 바커는 1999년생으로, 원래 배우이자 코미디언, 유튜버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2024년에 직접 만든 공포 영화 <밀크 앤 시리얼>을 배급사를 찾지 못해 본인 유튜브에 올렸는데, 그게 꽤 화제가 됐죠. <옵세션>은 그가 극장 배급을 통해 선보이는 사실상 첫 장편입니다. 마치 최근 화제가 됐던 <백룸>처럼, 유튜브·SNS 감성으로 단련된 젊은 감독들이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는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영화의 설정 자체는 꽤 고전적입니다. 악기점에서 일하는 네 명의 젊은이, 남자 주인공 베어가 짝사랑하는 니키에게 고백도 못 하고 끙끙대다가,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장난감 '원 위시 윌로우(One Wish Willow)'로 소원을 빌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기서 원 위시 윌로우란, 음악이 끝난 뒤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며 소원을 비는 방식의 장난감으로, 쉽게 말해 소원 성취 아이템입니다. 장르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맥거핀(MacGuffin), 즉 이야기를 촉발시키는 도구로 기능하죠.
소원대로 니키는 베어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둘은 연인이 됩니다. 그런데 니키가 점점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본색을 드러냅니다. 설정만 보면 "아, 또 이런 거?" 싶을 수 있는데, 제가 직접 봐보니 그 이후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이른바 낙폭(落幅)입니다. 여기서 낙폭이란 캐릭터의 감정이나 행동이 변화하는 진폭의 크기를 의미합니다. 니키는 서서히 이상해지는 게 아닙니다. 1에서 100으로, 100에서 10으로, 순식간에 전환됩니다. 평온하던 일상 연인이 아무 예고 없이 돌변하고, 또 아무렇지 않게 돌아옵니다. 이 예측 불가능성이 관객을 내내 긴장 상태로 붙잡아 두는 겁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장면에서조차 쫄깃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사운드 디자인도 이 낙폭을 극대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사운드 디자인(Sound Design)이란 영화의 효과음, 음악, 배경음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작업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음악이 흐르다 탁 끊기고, 침묵이 흐르다 갑자기 무언가 터지는 방식으로 니키의 돌발 행동과 정확히 싱크를 맞춥니다. 제가 보기엔 이 사운드의 사용이 단순한 '깜짝 놀라게 하기'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감정의 흐름 자체를 소리로 설계한 느낌이었습니다.
- 제작비 75만 달러(약 10억 원), 현재 수익 5억 달러 이상 — 제작비 대비 600배 초과 (출처: Box Office Mojo)
- 감독 커리 바커(1999년생) — 배우·코미디언·유튜버 출신, 극장 배급 첫 장편
- 등장인물 사실상 4명, 촬영 장소는 집·직장·술집 한정 — 저예산의 구조적 한계를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
- 상영 시간 1시간 48분, 청소년 관람 불가(19세 이상)
두 배우의 연기력이 이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지점은 설정도, 연출도 아니었습니다. 두 주연 배우였습니다. 특히 아내와 함께 봤는데, 둘 다 상영 내내 말이 없었습니다. 그게 답이었습니다.
니키 역의 인디 네버레티는 이번 영화 전까지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배우였습니다. 배우 활동을 이어가면서 한때 트위치(Twitch)에서 FPS 게임 스트리밍을 했을 정도로, 배우로서 주목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죠. 그런 그가 이번 옵세션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마블의 차기 X맨 시리즈에서 로그(Rogue) 역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까지 들립니다. 한 작품이 배우의 커리어를 완전히 바꾼 케이스입니다.
인디 네버레티의 연기는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요구받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의 러블리하고 따뜻한 니키, 그리고 소원 이후의 이른바 '프리키 니키(Freaky Nicky)'입니다. 여기서 프리키 니키란 소원으로 소환된 또 다른 니키, 즉 이중인격(Dual Personality)에 가까운 상태를 뜻합니다. 이중인격이란 한 사람 안에 서로 다른 자아가 공존하는 심리 상태를 말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공포의 도구로 씁니다. 제가 직접 봐보니, 그 전환이 얼마나 갑작스럽고 소름 끼치는지, 말로 설명하면 10분의 1도 전달이 안 됩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그냥 웃기거든요. 만화 같은 표정이에요. 근데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웃음이 목에 걸립니다.
한편으로 저는 베어 역의 마이클 존스턴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화제는 인디 네버레티가 독차지하겠지만, 제 경험상 이런 공포 영화에서 '받아주는 역할'의 연기가 망가지면 전체 긴장감이 무너집니다. 관객이 느끼는 공포와 당혹감은 사실 이 남자의 반응을 통해 증폭되거든요. 그런데 마이클 존스턴은 그걸 아주 정밀하게 합니다.
특히 제가 인상적으로 본 부분은 베어의 찌질한 선택입니다. 베어는 니키가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합니다. 친구들이 "니키가 갑자기 너를 좋아할 리 없잖아, 이상하지 않냐"고 냉정하게 말해도, 베어는 "아니야, 진짜 좋아하는 거야"라며 버팁니다. 본인도 알면서. 이게 단순한 미련이나 집착을 넘어서, 사실은 현실에서도 꽤 자주 보이는 심리거든요. 애착 편향(Attachment Bias), 즉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현실을 해석하려는 심리적 왜곡입니다. 이 영화가 단순 오락 공포물이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출처: 미국심리학회(APA)에 따르면 집착적 애착 관계는 현실 인식을 왜곡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엔딩도 좋았습니다.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는 구조인데, 감독이 기세를 잃지 않고 끝냅니다. 깔끔하게, 적절한 타이밍에. 시간을 억지로 늘리지 않은 게 오히려 여운을 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옵세션 영화, 진짜 무서운 편인가요?
A. 잔인함보다는 소름에 가깝습니다. 고어(Gore) 장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공포의 핵심은 예측 불가능한 캐릭터의 돌변과 그 분위기입니다. 제가 보면서 비명보다 "으..." 하는 소름이 더 많이 나왔습니다. 공포 영화를 잘 못 보시는 분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감독 커리 바커, 어떤 사람인가요?
A. 1999년생으로, 원래 배우·코미디언·유튜버로 활동하며 자체 제작 공포 영화 <밀크 앤 시리얼>을 유튜브에 올려 주목받은 인물입니다. 옵세션은 그가 정식 극장 배급을 통해 선보이는 첫 장편 영화입니다. 저예산에서 감각을 갈고닦은 유튜브 출신 감독이라는 점이, 연출 방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Q. 인디 네버레티가 X맨에 캐스팅됐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제가 파악한 정보 기준으로는 마블의 차기 X맨 시리즈에서 로그(Rogue) 역할로 캐스팅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옵세션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직후의 행보라 더 눈길이 갑니다. 다만 공식 발표 여부는 최신 정보를 확인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Q. 옵세션, 커플이나 친구랑 같이 보기 좋은 영화인가요?
A. 저는 아내와 함께 봤는데 둘 다 재밌게 봤습니다.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혐오스럽지 않고, 블랙 코미디처럼 웃기면서 소름 끼치는 장면이 교차해서 같이 보면 반응을 나누는 재미가 있습니다. 커플끼리, 혹은 공포 영화 즐기는 친구들과 보기에 딱 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한정된 자원 안에서 이 정도 완성도를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설정은 상투적이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신선했습니다. 낙폭이 큰 캐릭터 연출, 정밀한 사운드 디자인, 두 배우의 발군의 연기력,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러닝타임까지. 10억짜리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은 물론이고, 평소 호러 장르를 잘 안 보시더라도 뭔가 새로운 걸 한 편 보고 싶으신 분께 저는 완전히 추천합니다. 연인 관계에서의 집착과 의존, 그리고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심리까지 담겨 있어서 보고 나서 생각할 거리도 남습니다.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