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이동진 평론가의 평점 5점 한국영화 (밀양, 박쥐, 마더)

hatiiiiin 2026. 9. 11. 07:56

목차


    출처 이동진 평론가 프로필

    주말에 뭐 볼지 고민하다가 결국 넷플릭스 홈 화면만 30분 보다 끈 경험, 저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다 어느 날 기준을 바꿔봤습니다. '평점 높은 영화'가 아니라 '이동진이 별점 5점 준 영화'로. 그렇게 찾아 들어간 세 편이 밀양, 박쥐, 마더입니다.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멍했습니다. 세 편 모두 쉽게 소화되지 않는 영화였고, 그래서 오래 남았습니다.



    이동진이 5점을 준 영화들, 어떤 기준인가

    이동진 평론가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일관된 기준으로 영화를 평가해온 인물입니다. 단순히 흥행 성적이나 화제성으로 작품을 고르지 않고, 연출의 밀도와 서사 구조, 배우의 연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지점을 중심에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의 평점을 영화 선택의 필터로 사용한 지 꽤 됐는데, 틀린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가 5점 만점을 준 한국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 가운데 밀양(2007, 이창동), 박쥐(2009, 박찬욱), 마더(2009, 봉준호)는 각각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내면을 다루면서도, 공통적으로 정답을 주지 않는다는 특징을 공유합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야기가 계속된다는 느낌, 그게 이 세 편을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이라고 봅니다.

    이런 작품들은 영화학에서 흔히 '오픈 엔딩(Open Ending)'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오픈 엔딩이란 결말을 하나의 의미로 닫지 않고, 관객이 각자의 해석으로 마무리 짓도록 여지를 남기는 서사 방식을 말합니다. 세 편 모두 이 방식을 택하고 있고, 그래서 한 번 보고 끝내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저는 마더를 두 번 봤습니다.

    • 밀양 (2007) — 감독: 이창동 / 주연: 전도연, 송강호 / 이동진 평점: 5점
    • 박쥐 (2009) — 감독: 박찬욱 / 주연: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 이동진 평점: 5점
    • 마더 (2009) — 감독: 봉준호 / 주연: 김혜자, 원빈 / 이동진 평점: 5점
    요약: 이동진의 5점 기준은 흥행이 아닌 연출·서사·연기의 유기적 완성도이며, 세 편 모두 오픈 엔딩으로 관객에게 해석을 열어둔다.

     

    세 편의 핵심,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해부하다

    밀양은 전도연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입니다(출처: 칸 영화제 공식 사이트).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가장 당황했던 건 결말이 아니라, 신애가 가해자를 용서하러 교도소에 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신앙을 통해 용서에 이르렀다고 믿은 그 순간, 가해자가 "저도 이미 하나님께 용서받았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한 마디가 신애를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영화는 이 장면 이후 어떤 구원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연출 방식 중 하나인 '미결의 서사', 즉 결론을 유보하고 인물을 그 상태로 남겨두는 기법이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지점입니다.

    박쥐는 장르 자체를 전복시키는 방식으로 욕망을 다룹니다. 박찬욱 감독은 뱀파이어라는 장르적 틀 안에 죄책감, 성적 욕망, 살인 충동을 겹쳐놓고, 그것들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신부 상현이 뱀파이어가 된 이후 경험하는 갈등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닙니다.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카타르시스(Catharsis)' 구조, 즉 극도의 긴장이 파국으로 해소되는 구성이 이 영화의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카타르시스란 관객이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다 결말에서 일종의 정서적 방출을 경험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뱀파이어 영화라고 해서 가볍게 봤다가 마지막 20분에 압도당했습니다.

    마더는 제가 세 편 중 가장 오래 생각한 영화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모성애를 미화하지 않습니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그 기억을 지우기 위해 스스로 침을 놓고, 관광버스에서 춤추는 마지막 장면은 강렬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심리학적 개념이 하나 나옵니다. '억압된 것의 회귀(Return of the Repressed)'입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시한 이 개념은, 의식적으로 밀어낸 기억이나 감정이 결국 다른 형태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머니가 평생 침으로 지워온 기억들이 아들의 손을 통해 다시 돌아오는 구조가 바로 이것입니다(출처: 프로이트 박물관 공식 사이트). 제 경험상 이걸 알고 보면 마지막 춤 장면이 완전히 다르게 읽힙니다.

    요약: 밀양은 구원의 불가능성, 박쥐는 욕망의 파국, 마더는 억압된 것의 회귀를 각각의 방식으로 형상화한다.

     

    세 편을 어떤 순서로, 어떤 마음으로 볼 것인가

    세 편을 한 번에 몰아보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이틀 사이에 세 편을 연달아 보고 나니 감각이 무뎌졌습니다. 각 영화가 요구하는 감정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최소 하루 이상 간격을 두는 것이 제 경험상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순서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뉩니다. 밀양부터 보는 것이 낫다는 시각도 있고, 장르적 재미가 있는 박쥐를 먼저 보는 것이 진입 장벽을 낮춘다고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박쥐 → 마더 → 밀양 순으로 봤습니다. 박쥐로 박찬욱 특유의 감각에 먼저 익숙해지고, 마더로 봉준호의 서사 밀도를 경험한 뒤, 밀양으로 마무리하면 이창동의 무게감이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순서이고, 정답은 없습니다.

    세 편 모두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에서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습니다. OTT 접근성이 좋다는 점은 분명히 장점입니다. 다만 이 영화들은 극장의 어둠 속에서 온전히 집중할 때 그 밀도가 제대로 전달된다고 느꼈습니다. 가능하다면 스마트폰보다는 큰 화면, 이어폰보다는 스피커 환경을 추천합니다. 특히 밀양은 전도연의 표정 연기가 핵심인데, 작은 화면에서는 그 디테일이 반감됩니다.

    요약: 하루 간격으로 한 편씩 보는 것이 적합하며, 장르 진입이 쉬운 박쥐부터 시작하는 순서가 체감상 효과적이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밀양, 박쥐, 마더 중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어떤 영화를 먼저 추천하나요?

    A. 장르 영화에 익숙한 분이라면 박쥐가 첫 진입으로 좋다고 봅니다. 뱀파이어라는 장르적 틀이 있어서 예술 영화 특유의 낯섦을 조금 완화해줍니다. 반면 드라마 위주로 보시던 분이라면 마더가 서사 흡입력이 높아 먼저 보기에 적합할 수 있습니다.

     

    Q. 마더 결말의 춤 장면은 어떻게 해석하면 되나요?

    A. 해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읽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침을 놓고 춤추는 장면은 진실을 마주할 수 없어 스스로 감각을 마비시키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프로이트의 '억압된 것의 회귀' 개념으로 보면, 지우려 할수록 더 선명하게 돌아오는 기억의 역설이 그 춤 안에 담겨 있습니다.

     

    Q. 박쥐는 공포 영화인가요? 무서운 장면이 많나요?

    A. 뱀파이어가 등장하지만 공포 영화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와 멜로드라마가 결합된 작품이라, 잔인한 장면이 일부 있지만 공포보다는 충격과 기묘한 유머 사이를 오갑니다. 고어한 장면에 예민한 분이라면 참고가 필요하지만, 공포 목적으로 접근하면 기대와 다를 수 있습니다.

     

    Q. 밀양에서 전도연이 연기상을 받은 게 맞나요?

    A. 맞습니다. 전도연은 밀양으로 2007년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 배우로는 최초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수상이 전혀 과하지 않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교도소 면회 장면은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데, 제가 직접 보고 소름이 돋은 장면 중 하나입니다.

     

    결론

    관객 수나 화제성 기준으로 영화를 고르다 보면, 결국 비슷한 자극만 반복해서 찾게 됩니다.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이동진의 5점 기록을 따라 이 세 편을 찾아봤을 때, 처음에는 무겁고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이 오래 남았고, 결국 다시 꺼내 보게 됐습니다. 밀양, 박쥐, 마더는 각각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라는 한국 영화의 세 가지 서로 다른 목소리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다음에 뭘 볼지 고민될 때, 한 번쯤은 스트리밍 홈 화면 대신 이 세 편 중 하나를 먼저 틀어보시길 권합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정도 밀도의 영화를 보고 나면 이후 영화를 보는 눈 자체가 조금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