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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앞에서 "이게 뭐야"를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직접 후라이팬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이준익 감독의 신작 <아버지의 집밥>은 바로 그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숏드라마 최초 극장 개봉이라는 전례 없는 시도에 저도 솔직히 처음엔 '이게 극장에서 볼 만한 작품일까' 싶었는데, 찾아볼수록 기대치가 자꾸 올라가더라고요.
숏드라마, 극장 스크린에 올라오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숏드라마를 한 편도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쇼츠나 릴스 포맷으로 익숙한 세로형 화면비에, 회당 1~2분짜리 에피소드가 50개에서 80개씩 이어지는 구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손이 가지는 않았거든요. 긴 호흡의 드라마보다 훨씬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라는 점은 이해하면서도 왠지 극장 개봉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2025년 8월 28일,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여기서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란, 국내 숏드라마 산업의 성장을 공식적으로 조명하는 시상 행사로, 그 첫 회 초청작이 바로 <아버지의 집밥>입니다. 쉽게 말해 숏드라마 장르 전체가 극장이라는 공간으로 처음 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첫 문을 이 작품이 연다는 뜻이죠.
<아버지의 집밥>은 2026년 9월 9일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으로 극장 상영이 이루어지고, 이후 레진스낵을 통해 9월 17일과 24일에 에피소드 형태로 순차 공개됩니다. 여기서 레진스낵이란 레진코믹스가 운영하는 숏폼 콘텐츠 플랫폼으로, 짧은 호흡의 영상 콘텐츠를 모바일에서 소비하는 구조입니다. 극장에서 먼저 전체 맥락을 경험하고, 이후 플랫폼에서 에피소드별로 재소비하는 방식은 제가 지금껏 본 개봉 전략 중에서 꽤 영리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공개 형식: 2부작 / 러닝타임 146분
- 극장 개봉: 2026년 9월 9일, 롯데시네마 단독
- 플랫폼 공개: 레진스낵을 통해 9월 17일·24일 순차 공개
- 원작: 고리타 작가의 동명 웹툰
이준익 감독이 이 소재를 택한 이유
이준익 감독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저는 자동으로 <왕의 남자>나 <동주>, <박열> 같은 작품들이 떠오릅니다. 역사와 인물, 그리고 그 사이에서 빛나는 인간적인 온기를 담아온 감독이죠. 그런 그가 가부장 아버지의 요리 도전이라는 소재를 택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떤 방향성을 암시한다고 봤습니다.
원작은 고리타 작가의 동명 웹툰입니다. 이준익 감독은 원작이 가진 정서, 즉 음식을 통해 한 가족의 내밀한 목소리를 듣는 그 결을 유지하면서 숏드라마 문법에 맞는 빠른 전개와 섬세한 캐릭터 해석을 더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숏드라마 문법이란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극적 전환점을 자주 배치하고 감정의 기복을 빠르게 압축해 전달하는 서사 방식을 말합니다. 146분짜리 2부작 안에 그 리듬을 녹여낸다는 게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닐 텐데, 이 감독이라면 해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배우진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진영이 평생 부엌 근처엔 얼씬도 안 했던 가부장 하응을 맡고, 이정은이 아내 순애 역을 맡았습니다. 제가 이정은이라는 배우를 <기생충> 이후로 쭉 눈여겨봐 왔는데, 남편에게 주방을 내어주고 '벌점 10점이면 이혼'이라는 규칙을 던지는 이 캐릭터는 그녀가 연기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코미디와 감동을 동시에 쥐어야 하는 역할이니까요.
변요한, 올해 열일의 이유가 있다
변요한이 장남 명복 역을 맡았습니다. 명복은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을 따뜻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인물로, 아버지가 주방에 서기 시작하면서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관찰자 역할입니다. 결혼해서 아내와 아이까지 있는 아들이 아버지가 처음으로 차린 밥을 앞에 두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 장면 하나가 이 작품 전체의 정서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올해 변요한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다 보니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파반느>로 시작해 <경주기행>에서 비중 있는 카메오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추석 무렵 개봉 예정인 <타짜 4>에 이어 <면도>와 <손없는 날>까지 줄줄이 대기 중입니다. 한 해에 이렇게 다양한 결의 작품에 이름을 올리는 배우가 많지 않거든요.
이 작품에서 그가 맡은 명복이라는 캐릭터는 극의 관찰자이자 감정의 중계자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관찰자 서사란 주인공 주변에서 사건의 흐름을 바라보며 독자 혹은 관객이 감정을 투영하도록 돕는 서사 장치를 말합니다. 변요한의 눈을 통해 아버지 하응의 변화를 따라가는 구조라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훨씬 감정이입이 수월해질 거라고 봤습니다. 이 구조를 의도한 거라면 꽤 영리한 캐스팅입니다.
요리백지증과 벌점 이혼, 이 설정이 진짜 말하고 싶은 것
시놉시스를 처음 읽었을 때 '요리백지증'이라는 단어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병명은 아닙니다. 의학적으로는 인지 기능 손상이나 실행증(apraxia), 즉 신체 기능은 정상이지만 학습된 동작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신경학적 증상과 연결 지어 상상해볼 수는 있지만, '요리백지증'이라는 진단명 자체는 이 작품이 만들어낸 픽션입니다. 저도 솔직히 이런 병에 걸리면 어떨까 잠깐 상상했습니다. 근데 그게 부러움으로 느껴진다는 게 좀 웃기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설정이 그냥 코미디 장치로만 쓰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내 순애가 '맛있으면 칭찬, 맛없으면 벌점, 벌점 10점이면 이혼'이라는 규칙을 만든 장면을 보면서 저는 이걸 단순한 유머로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평생 밥상 위의 폭군으로 군림하던 남편을 길들이기 위한 아내의 고육지책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거든요. 그 규칙을 내뱉는 이정은의 표정이 어떨지, 보기도 전에 이미 그 장면이 눈에 그려집니다.
가족 서사에서 '밥상'은 권력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누가 차리고 누가 먹는지, 누가 칭찬하고 누가 불평하는지, 그 관계가 뒤집어지는 순간 가족 전체의 역학이 흔들립니다. <아버지의 집밥>은 그 전복의 순간을 코미디로 포장하면서도 결국엔 하응이라는 인물의 성장 드라마로 귀결될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이준익 감독이 감동 없이 끝낸 작품이 거의 없거든요.
한국 가족 드라마의 장르적 문법으로 보면 이 작품은 가족 내 성역할 역전을 소재로 한 가족 성장 서사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성역할 역전 서사란 기존에 고정된 가족 내 역할이 상황에 의해 뒤바뀌면서 각 구성원이 서로를 새롭게 발견하는 이야기 구조를 말합니다. 이 구조는 웹툰 원작 특유의 빠른 감정 전환과 맞물릴 때 특히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게 최근 콘텐츠 연구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자주 묻는 질문
Q. 아버지의 집밥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2026년 9월 9일 롯데시네마 단독으로 극장 개봉합니다. 이후 9월 17일과 24일에 레진스낵 플랫폼을 통해 에피소드 형태로 순차 공개될 예정입니다. 극장에서 전체 편을 먼저 보고, 이후 플랫폼에서 에피소드별로 다시 보는 방식도 가능하니 어떤 순서가 더 좋을지 한번 고민해보실 만합니다.
Q. 숏드라마인데 왜 극장에서 개봉하나요?
A. 2025년 8월 개최된 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의 초청작으로 선정되면서 숏드라마 최초 극장 개봉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습니다. 모바일 중심의 세로형 포맷이 극장 스크린으로 확장되는 새로운 시도인데, 이 장르가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 같습니다.
Q. 요리백지증이 실제로 있는 병인가요?
A. 의학적으로 '요리백지증'이라는 공식 진단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경학적으로 학습된 동작을 수행하지 못하는 실행증(apraxia)과 개념적으로 연결해볼 수는 있지만, 이 작품에서 사용된 건 어디까지나 픽션 설정입니다. 이 병이 이야기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더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까요?
Q. 변요한은 이 작품에서 어떤 역할인가요?
A. 부부의 장남 명복 역입니다. 어머니의 집밥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인물로, 아버지가 주방에 서기 시작하면서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관찰자 포지션입니다. 결혼해 아내와 아이까지 있는 아들이 아버지가 처음으로 차린 밥을 먹는 장면이 어떤 감정을 자아낼지, 이게 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기대하는 신 중 하나입니다.
결론
숏드라마라는 포맷 자체에 처음엔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준익 감독과 이 출연진이라는 조합을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제가 직접 숏드라마를 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더 순수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장르에 대한 편견 없이 그냥 한 편의 이준익 영화로 보면 될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9월 9일 롯데시네마에서 먼저 극장판으로 보고, 이후 레진스낵에서 에피소드별로 다시 보는 두 번 감상 플랜을 세워봤습니다. 밥상이 뒤집어지는 그 가족의 이야기가 어떤 결말로 닿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