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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토마토 전문가 97%, 관객 95%. 이 수치를 보고도 반신반의했는데, 113분을 다 보고 나서야 절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2026년 10월 7일 개봉한 퓨리어스, 액션 하나로 이 점수를 받아낸 영화가 맞습니다.
퓨리어스 출연진과 제작 배경
퓨리어스는 홍콩·중국 합작 액션 영화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113분짜리 러닝타임을 가집니다. 주연은 사묘와 조 타슬림. 사묘는 고전 무협 영화 소림오조에서 이연걸의 아들로 등장했던 무술 고수 출신 배우입니다. 어릴 적 얼굴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몸에서 나오는 속도와 유연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압도적이에요.
조 타슬림은 이제 제 눈에 완전히 익어버린 배우입니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유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격투 장면에서 그래플링(grappling) 기술을 즐겨 사용합니다. 그래플링이란 상대를 잡아 제압하거나 던지는 기술 체계를 통칭하는 용어로, 유도·레슬링·주짓수가 대표적입니다. 이 기술이 사묘의 타격 중심 무술과 만나는 장면이 영화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데, 두 스타일의 대비가 꽤 재미있습니다.
감독 타니가키 켄지는 바람의 검심 실사 영화 시리즈에서 액션 감독을 담당한 인물입니다. 일반적으로 액션 감독이 연출까지 맡으면 서사가 얕아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 편견이 늘 맞지는 않습니다. 타니가키 켄지는 스토리를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설계하고 그 빈 자리를 액션으로 꽉꽉 채우는 방식을 택했어요. 이 선택이 영화의 완성도를 오히려 끌어올렸다고 봅니다.
야얀 루히안도 이름을 올립니다. 레이드 시리즈에서 무술 고수 마드 도그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인데, 퓨리어스에서는 활을 들고 등장합니다. 레이드를 봤던 분이라면 야얀 루히안이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저처럼 자동으로 긴장이 올라올 겁니다.
- 감독: 타니가키 켄지 (바람의 검심 시리즈 액션 감독 출신)
- 주연: 사묘(왕웨이), 조 타슬림 / 조연: 야얀 루히안, 지자 야닌, 브라이언 르
- 액션 감독: 켄스케 소노무라 / 촬영: 미티어 청
- 장르: 액션·범죄·스릴러 /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쿠키 영상 없음
액션 시퀀스 분석 — 어디까지 기발할 수 있나
영화는 딸을 납치당한 말 못하는 아버지(사묘)와 실종된 기자 아내를 찾는 남편(조 타슬림)이 아동 납치 조직 스네이크핏을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서사는 이게 전부입니다. 찾아라, 싸워라, 끝. 그런데 이 단순한 뼈대 위에 쌓아 올린 액션 시퀀스의 밀도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오프닝부터 강렬합니다. 슬리퍼 신은 주인공이 쓰레기 트럭을 맨발로 추격하면서 2대1 격투를 벌이는 장면인데, 킥복싱(kickboxing) 스타일의 타격이 주를 이룹니다. 킥복싱이란 권투의 펀치 기술에 킥 동작을 결합한 입식타격 격투 체계를 말합니다. 여기서 상대로 등장하는 빡빡이 거한이 사실상 이 영화의 숨은 MVP입니다. 거의 주연급 빌런으로 맷집과 파워가 압도적인데, 영화 전반에 걸쳐 반복 등장하며 액션의 큰 축을 담당합니다.
클럽 씬은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할 장면입니다. 사묘가 품에서 망치를 꺼내 정확히 타격을 날리다가, 어느 순간 적들의 목을 연속으로 올라타며 쓰러뜨리는 시퀀스가 나옵니다. 말로는 설명이 잘 안 되는데, 탑처럼 쌓인 인체 위를 타고 넘는 이 움직임이 묘하게 춤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소림 무술 기반의 훈련을 받은 사묘의 신체 유연성이 극대화된 장면이라 생각했어요.
냉동창고 씬에서는 좁은 통로 안에서 여러 명을 상대하는 횡스크롤 액션이 펼쳐집니다. 횡스크롤 액션이란 카메라가 피사체의 옆면을 넓게 잡아 좌우로 움직이는 구도를 유지하는 연출 방식으로, 인물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와 가시성이 극대화됩니다. 영화 올드보이의 복도 씬이 대표적인데, 퓨리어스의 이 장면도 그 계보를 충실히 잇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특히 감탄한 건 카메라 운용이었습니다. 액션 영화라면 흔히 카메라를 격렬하게 흔들거나 컷을 잘게 쪼개 속도감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방식이 박진감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오히려 눈이 지치고 무슨 동작인지 파악이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퓨리어스는 그 반대입니다. 멀리서 넓게 잡거나, 적당한 거리에서 안정적으로 붙어 있습니다. 덕분에 누가 어디를 어떻게 치는지, 그래플링 동작의 세부 기술이 무엇인지까지 또렷하게 보입니다. 이 가시성 하나가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레이드와 비교 — 같은 듯 다른 액션의 결
퓨리어스를 보고 나면 레이드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 타슬림과 야얀 루히안이 동시에 등장하고, 건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쏟아지는 적들을 상대한다는 구조까지 닮았으니까요. 그런데 두 영화가 주는 느낌은 생각보다 꽤 다릅니다.
레이드는 날것의 거친 맛이 있습니다. 스턴트 퍼포먼스(stunt performance), 즉 안전 장치를 최소화하고 실제 타격에 가깝게 연기하는 기술적 접근이 극단까지 밀려나 있어서, 보는 제가 다 아플 정도였습니다. 반면 퓨리어스는 그 날것의 느낌보다는 정밀하게 설계된 액션 쇼에 가깝습니다. 잔인하고 처절하지만, 한 편의 잘 짜인 안무처럼 보입니다. 어떤 분은 레이드가 더 진짜 같다고 할 것이고, 어떤 분은 퓨리어스가 더 보기 좋다고 할 겁니다. 취향 차이가 명확하게 갈리는 지점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퓨리어스가 레이드의 그 날카로운 긴장감을 그대로 따라올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방향에서 동등한 수준의 액션을 보여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레이드나 어썰트 13처럼 거칠고 리얼한 스타일이 더 취향에 맞습니다. 그럼에도 퓨리어스가 미친 액션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IMDb 평점 7.2점, 로튼토마토 전문가 지수 97%는 빈말이 아닙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액션 영화의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인 가시성(visibility), 즉 카메라가 배우의 동작을 얼마나 명확하게 포착하는지 여부에서 퓨리어스는 최고점을 받아야 합니다. IMDb 역시 같은 맥락에서 높은 평점을 유지 중입니다(출처: IMDb). 해외 관객들이 액션 하나만큼은 엄청난 호평을 쏟아내는 이유가,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납득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퓨리어스 쿠키 영상 있나요?
A.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엔딩 크레딧 끝까지 기다리실 필요가 없으니 참고하세요. 다만 본편 자체가 113분 내내 꽉 차 있어서 아쉬움은 없을 겁니다.
Q. 레이드를 재미있게 봤으면 퓨리어스도 재미있을까요?
A. 레이드를 좋아하셨다면 퓨리어스도 분명 만족스러우실 겁니다. 다만 느낌은 다릅니다. 레이드가 날것의 리얼함이라면, 퓨리어스는 정밀하게 설계된 액션 쇼에 가깝습니다. 제 경우엔 레이드의 거친 스타일이 더 취향이었지만, 퓨리어스의 완성도 역시 전혀 뒤지지 않았습니다.
Q.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지 않나요?
A. 일반적으로 스토리가 단순하면 영화가 지루해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퓨리어스는 그 공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딸을 찾아라, 아내를 찾아라는 단순한 목표 위에 113분 동안 장소마다 전혀 다른 방식의 액션을 쏟아붓습니다. 반전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하겠지만, 액션 자체를 즐기러 가면 절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Q. 사묘가 어떤 배우인가요?
A. 사묘는 홍콩 무협 영화 소림오조에서 이연걸의 아들 역으로 등장했던 어린 무술 고수 출신 배우입니다. 소림 무술을 기반으로 한 빠른 타격과 뛰어난 신체 유연성이 특기로, 퓨리어스에서 그 능력이 제대로 발휘됩니다. 제가 보면서 가장 놀란 부분도 사묘의 움직임이 얼마나 부드럽고 빠른지였습니다.
결론
퓨리어스는 복잡한 서사나 반전을 원하는 분께 맞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런데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분, 특히 배우의 실제 신체 능력이 화면에 제대로 담긴 영화를 원하는 분께는 지금 당장 추천하고 싶습니다. 쓰레기차 추격, 클럽 난투, 냉동창고 횡스크롤, 스네이크핏 건물 공략, 경찰서까지 — 장소가 바뀔 때마다 싸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걸 113분 안에 다 욱여넣었다는 게 지금도 신기합니다.
타니가키 켄지 감독이 조 타슬림과 다시 손잡고 한국 영화 아저씨의 인도네시아 리메이크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퓨리어스를 보고 난 뒤라 그 소식이 전보다 훨씬 기대되는 건 저만의 반응이 아닐 겁니다. 액션에 진심인 두 사람의 다음 작품, 지켜볼 이유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