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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저는 추석 극장가를 매년 기대하면서도 매번 "이번엔 진짜 다 보고 싶다"는 욕심만 앞서고 실제로는 한두 편 보는 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2026년 추석 라인업을 처음 훑어봤을 때는 달랐습니다. 여섯 편이 9월에 집중 개봉하는데, 장르도 다르고 감독도 다르고, 이상하게 전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과연 어떤 작품이 관객의 선택을 받게 될지, 각 작품을 뜯어보며 제 생각을 솔직하게 정리해봤습니다.
여섯 편 라인업, 장르 다양성이 핵심이다
2026년 추석 시즌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는 총 여섯 편입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여는 건 9월 2일 개봉하는 <비광>으로, 야구선수 남편의 혼외자 딸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가족 드라마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추석 연휴와는 거리가 있지만, 9월 개봉이라는 점에서 이번 라인업의 첫 포문을 여는 작품으로 분류됩니다.
그 뒤를 잇는 건 9월 16일 개봉하는 <인턴>입니다. 이 작품은 리메이크작(remake)인데, 리메이크란 기존에 발표된 영화의 스토리 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배우와 제작진이 재해석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원작은 2015년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던 할리우드 영화로, 이번 한국판에서는 최민식과 한소희가 각각 그 역할을 이어받습니다. 저는 최민식이 실버 인턴을 연기한다는 발표를 봤을 때 오히려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걱정이 되는 건 솔직히 한소희 쪽입니다. 앤 해서웨이가 보여줬던 예민하면서도 유연한 감정선을 얼마나 자기 것으로 만들어낼지, 그 부분이 이 영화의 진짜 관전 포인트라고 봅니다. 참고로 개봉일 기준으로 한소희의 나이가 원작 당시 앤 해서웨이의 나이인 32세와 같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9월 23일에는 두 편이 동시 개봉합니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과 타짜 시리즈의 네 번째이자 최종장인 <타짜: 벨제붑의 노래>입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된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얽히며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라는 압도적인 캐스팅을 자랑합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고 러닝타임이 164분으로, 이창동 감독 필모그래피 중 가장 긴 작품입니다. 러닝타임이란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의 상영 시간을 가리키는데, 164분이면 2시간 44분에 달하는 분량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솔직히 극장에서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먼저 들었을 만큼 긴 시간이지요.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 중세 유럽에서 스페이드 카드 13장에 붙인 악마 이름 중 하나인 '벨제붑'을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타짜 시리즈 네 편이 모두 9월에 개봉했다는 사실도 꽤 인상적인 대목입니다. 그리고 9월 30일에는 웹툰 원작 액션 판타지 <부활남: 더 레드>가 개봉합니다. 죽은 뒤 72시간이면 부활하는 능력을 가진 취준생이 의문의 추격을 당하는 이야기로, 구교환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 비광 — 9월 2일, 가족 드라마
- 인턴 — 9월 16일, 드라마 (리메이크), 최민식·한소희 주연
- 가능한 사랑 — 9월 23일, 청불 드라마, 이창동 감독, 164분
- 타짜: 벨제붑의 노래 — 9월 23일, 범죄·스릴러, 타짜 시리즈 최종장
- 암살자(들) — 9월 개봉 예정, 1974년 영부인 저격 사건 배후 추적
- 부활남: 더 레드 — 9월 30일, 액션·판타지, 구교환 주연
제가 가장 기대하는 작품과 관전포인트
제 개인적인 기대 순위는 <가능한 사랑>, <암살자(들)>, <부활남: 더 레드> 순입니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 세 편만큼은 어떤 식으로든 극장에서 꼭 보겠다는 마음이 지금은 확실합니다.
<가능한 사랑>이 유독 기다려지는 건 단순히 캐스팅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작품이 이미 토론토 국제 영화제(TIFF)에 초청을 받았고,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경쟁 부문(Competition Section)이란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 같은 최고상을 놓고 심사받는 공식 섹션을 의미하는데, 초청이 아닌 경쟁 부문 진입은 작품성 면에서 국제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임을 인정받았다는 뜻입니다. 원래 투자자를 찾지 못해 Netflix 오리지널로 방향을 틀었다가, 영화제 출품을 고려해 극장 개봉(9월 23일)을 먼저 감행하고 넷플릭스 공개(11월 6일)는 이후로 미뤘다는 점도 제작진의 자신감으로 읽힙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내용입니다. 제가 이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왜 굳이 '(들)'을 붙였냐는 것이었습니다. 허진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그 괄호 안의 글자 덕분에 관객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고, 영화를 본 뒤에야 왜 (들)인지 명확히 이해하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저는 암살을 기도한 인물이 단 한 명인지 여러 명인지 그 복수성(plurality)이 핵심 미스터리라는 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습니다만, 감독 말대로 직접 봐야만 알 수 있겠지요.
<부활남: 더 레드>는 네이버 웹툰 원작(네이버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원작 IP(지식재산권)를 영상화하는 IP 무비 장르의 흐름을 그대로 탄 기획입니다. 여기서 IP란 Intellectual Property의 약어로, 웹툰·소설·게임 같은 콘텐츠가 가진 저작권과 브랜드 가치를 말합니다. 구교환이라는 배우에 대해 말하자면, 올해는 진짜 '구교환의 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약에 우리>부터 <군체>까지 연달아 흥행을 기록했고, 드라마 <모자무싸>에도 출연했으며, <부활남: 더 레드>에 이어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 <실낙원>에도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실낙원에서는 카메오 출연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 정도 활약이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동시에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습니다. 너무 여러 편이 한 달 안에 몰려 개봉하면 제살 깎아 먹기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살 깎아 먹기란 비슷한 성격의 작품들이 같은 시기에 경쟁하면서 개별 작품이 충분한 관객을 확보하지 못하고 서로 시장을 나눠 갖는 상황을 말합니다. 다행인 건 앞서 정리했듯 장르가 고르게 분산돼 있다는 점입니다. 가족 드라마, 예술 영화, 범죄 스릴러, 웹툰 원작 판타지가 한 시즌에 공존하기 때문에 각자의 관객층이 겹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건 제 기대이고, 실제 흥행 결과는 언제나 예측을 빗나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26 추석 영화 중 가족끼리 보기 제일 무난한 작품은 뭔가요?
A. 장르나 등급을 고려하면 <인턴>이 가장 무난한 선택지로 보입니다. 원작이 이미 검증된 훈훈한 드라마인 데다 전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담고 있습니다. <가능한 사랑>은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으므로 가족 관람은 어렵고, <비광>이나 <부활남: 더 레드>도 취향에 따라 갈릴 수 있어 사전에 등급과 내용을 확인하고 선택하는 편이 좋습니다.
Q. 이창동 감독 <가능한 사랑>은 왜 넷플릭스가 먼저 아니라 극장 개봉을 먼저 하나요?
A. 원래 투자자가 나서지 않아 Netflix 오리지널로 방향을 잡았다가,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이 결정되면서 국제 영화제 출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극장 개봉을 먼저 감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요 영화제는 스트리밍 선공개 작품의 출품을 제한하거나 별도 심사 기준을 적용하는데, 이 때문에 극장 개봉(9월 23일)을 앞세우고 넷플릭스 공개(11월 6일)는 이후로 미뤘습니다.
Q. <암살자(들)> 제목에서 (들)은 왜 붙은 건가요?
A. 허진호 감독은 (들)을 붙임으로써 관객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영화를 보고 나면 왜 (들)인지 명확히 이해하게 될 거라고 밝혔습니다. 공개된 시놉시스만으로는 암살을 기도한 인물이 단수인지 복수인지 특정하기 어렵고, 그 복수성 자체가 서사의 핵심 미스터리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영화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명확한 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Q. 한국판 <인턴>에서 한소희가 앤 해서웨이 역할을 맡은 건데, 실력 면에서 괜찮을까요?
A. 한소희가 충분히 소화해낼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앤 해서웨이 특유의 감정 밀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제 솔직한 생각은 후자에 가깝지만, 감독이 <만약에 우리>에서 이미 섬세한 연출력을 검증받은 김도영 감독인 만큼 기우로 끝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개봉 후 실제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판단 근거가 될 것입니다.
결론
2026년 추석 극장가는 제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즌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여섯 편이 한 달 안에 집중되는 건 제작사 입장에선 부담이겠지만, 장르가 고르게 분산돼 있어 관객 입장에선 오히려 선택지가 넓다는 점이 다행입니다. 제 기대는 <가능한 사랑>, <암살자(들)>, <부활남: 더 레드> 순이지만, 흥행 결과가 예상을 뒤집는 게 영화의 묘미이기도 하죠.
정리하면, 예술 영화 성향이 강하다면 <가능한 사랑>,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암살자(들)>, 가벼운 오락을 원한다면 <인턴>이나 <부활남: 더 레드>가 각자에게 맞는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일단 가능한 한 여러 편을 극장에서 보고, 직접 경험한 내용을 이후에 한 편씩 다시 정리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