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은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첫 번째 비영어권 영화입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단순한 스릴러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볼수록 화면 구석구석에 심어둔 사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사물들을 하나씩 꺼내 읽으면, 이 영화가 왜 '계급 우화'로 불리는지 비로소 보입니다.계급은 공간에 새겨진다 — 수직 구조와 반지하기생충의 공간 문법은 단순합니다. 위에 있으면 부유하고, 아래에 있으면 가난합니다. 박 사장의 저택은 언덕 위에 있고, 기택의 집은 반지하입니다. 두 집을 잇는 건 끊임없는 계단입니다.제가 이 영화를 두 번째로 볼 때 가장 오래 멈춰서 생각한 장면이 바로 폭우 씬이었습니다. 박 사장 가족에게 그날 밤 비는 캠핑을 망친 아쉬움이자, 다음 날 미세먼지를 씻어낸..
주말에 뭐 볼지 고민하다가 결국 넷플릭스 홈 화면만 30분 보다 끈 경험, 저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다 어느 날 기준을 바꿔봤습니다. '평점 높은 영화'가 아니라 '이동진이 별점 5점 준 영화'로. 그렇게 찾아 들어간 세 편이 밀양, 박쥐, 마더입니다.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멍했습니다. 세 편 모두 쉽게 소화되지 않는 영화였고, 그래서 오래 남았습니다.이동진이 5점을 준 영화들, 어떤 기준인가이동진 평론가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일관된 기준으로 영화를 평가해온 인물입니다. 단순히 흥행 성적이나 화제성으로 작품을 고르지 않고, 연출의 밀도와 서사 구조, 배우의 연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지점을 중심에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의 평점을 영화 선택의 필터로 사용한 지 꽤 됐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