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6살 아이 손을 잡고 극장에 들어갔다가, 정작 저 자신이 더 몰입해서 나온 영화가 있습니다. 2026년 개봉한 입니다. 전편의 흥행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이번 속편의 스케일이 얼마나 커졌는지, 직접 확인하고 나서 저처럼 말을 잃을지도 모릅니다.우주로 무대를 옮긴 속편, 배경과 맥락은?어린 시절 밤을 새워가며 패드를 붙잡고 클리어했던 게임이 스크린에서 살아 움직인다는 게 실감이 나셨나요? 저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은하계가 펼쳐지는 순간, 진짜로 전율이 왔습니다.이 영화의 원작은 닌텐도가 2007년 닌텐도 Wii용으로 출시한 플랫폼 게임 입니다. 원작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메가 히트를 기록한 시리즈로, 핵심 아이덴티티는 중력(Gravity) 조작 메커니즘입니다. 여기서 중력 조작이란 행성마다 중력 방향이..
주말 저녁, 아이들이 빔프로젝터 앞에 자리를 잡으면 저도 양옆에 끼어 앉습니다. 그날 틀었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이 생각보다 훨씬 좋아서 이렇게 글로 남깁니다. 로봇이 세상을 접수하는 SF인데, 다 보고 나서 제가 울 뻔 했습니다.가족영화인데 왜 어른이 더 울컥했을까솔직히 처음엔 그냥 애들 보여주려고 틀었습니다. 7세, 초3 남아 둘이 빔 앞에 앉으면 저도 자연스럽게 옆에 앉게 되는데, 이 날만큼은 제가 더 빠져들었습니다.영화는 딸 케이티 미첼이 대학 입학을 앞두고 가족과 함께 로드트립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아빠 릭은 딸과 사이를 회복하고 싶어서 이 여행을 기획했는데, 정작 둘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습니다. 그 어색함이 너무 현실적이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가족끼리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자동..
기생충은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첫 번째 비영어권 영화입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단순한 스릴러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볼수록 화면 구석구석에 심어둔 사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사물들을 하나씩 꺼내 읽으면, 이 영화가 왜 '계급 우화'로 불리는지 비로소 보입니다.계급은 공간에 새겨진다 — 수직 구조와 반지하기생충의 공간 문법은 단순합니다. 위에 있으면 부유하고, 아래에 있으면 가난합니다. 박 사장의 저택은 언덕 위에 있고, 기택의 집은 반지하입니다. 두 집을 잇는 건 끊임없는 계단입니다.제가 이 영화를 두 번째로 볼 때 가장 오래 멈춰서 생각한 장면이 바로 폭우 씬이었습니다. 박 사장 가족에게 그날 밤 비는 캠핑을 망친 아쉬움이자, 다음 날 미세먼지를 씻어낸..
솔직히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 저는 이 영화를 그냥 한국판 괴수 액션물로 생각했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십 년 만에 내놓은 작품인데, 이번엔 외계 생명체라니. 기대 반 의심 반이었죠. 그런데 극장에서 나오면서 제 머릿속에 남은 건 액션 장면이 아니라, 왜 이 영화 제목이 '희망'인가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그 물음을 따라가다 보니, 이 영화가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줄거리와 홉스 자연상태 — 팩트로 보는 호프의 구조영화 호프의 배경은 1970년대 후반,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항구 마을 호포항입니다. 출장소장 범석, 사냥꾼 성기, 파견 순경 성애, 이 세 사람이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어느 날 길 한복판에서 처참하게 훼손된 소가 발견되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곧..
류이치 사카모토는 영화음악가로서 정식 훈련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실이 그를 20세기 가장 독보적인 영화음악가로 만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음악이란 장면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도구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그의 작품들을 하나씩 다시 들어보면서 확신하게 된 것은 전혀 다릅니다. 그의 음악은 장면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장면 옆에 나란히 서서, 우리가 듣지 못하고 지나쳤던 소리들 쪽으로 조용히 고개를 돌리게 합니다.아도르노의 고발, 그리고 사카모토라는 반례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Adorno, 1903~1969)는 작곡가 한스 아이슬러와 함께 영화음악을 정면으로 비판한 논문을 남겼습니다. 여기서 아도르노가 제기한 핵심 개념이 바로 '감정의 강요'입니다. 감정의 강요란, ..
주말에 뭐 볼지 고민하다가 결국 넷플릭스 홈 화면만 30분 보다 끈 경험, 저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다 어느 날 기준을 바꿔봤습니다. '평점 높은 영화'가 아니라 '이동진이 별점 5점 준 영화'로. 그렇게 찾아 들어간 세 편이 밀양, 박쥐, 마더입니다.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멍했습니다. 세 편 모두 쉽게 소화되지 않는 영화였고, 그래서 오래 남았습니다.이동진이 5점을 준 영화들, 어떤 기준인가이동진 평론가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일관된 기준으로 영화를 평가해온 인물입니다. 단순히 흥행 성적이나 화제성으로 작품을 고르지 않고, 연출의 밀도와 서사 구조, 배우의 연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지점을 중심에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의 평점을 영화 선택의 필터로 사용한 지 꽤 됐는데, ..